Life/건강

외래 항암 치료하기 (통원주사실)

포피엠* 2024. 12. 11. 15:40

올해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숨가쁘게 지나온 2024년, 그 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컸던 일은 9월에 암 진단과 수술을 받았던 일이다. 자궁내막암 4기,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다행히 수술은 잘 마쳤고, 현재는 항암 치료 중이다. 수술 후에는 6번의 항암치료를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병원은 서울성모병원이다.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무척 힘들었는데 그때의 이야기들도 언젠가 정리해서 쓰고 싶다.
하지만 오늘은 항암치료, 그 중에서도 외래항암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현재까지 총 3차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1차 항암 때에는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 2차와 3차는 외래로 항암치료를 받았다. 입원해서 항암을 하게 되면 각종 검사와 식사 등을 병원에서 알아서 다 진행해 주지만 외래로 항암을 할 때스스로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외래 항암도 당일 하루동안 입원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병원에서 식사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식사와 간식을 내가 챙겨야 하고, 약도 원외 처방전으로 나오기 때문에 외부 약국에서 받아와야 한다. 그리고 항암을 하는 날에는 채혈 등의 사전 검사도 받아야 해서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된다. 특히나 나처럼 보호자 없이 혼자서 항암을 하러 가는 경우에는 미리 시간과 동선을 잘 짜야한다.
 

외래 항암 예약하기

1차 항암을 하고 1주~2주 사이에 중간 점검 진료를 하면서 다음 차수 항암 일정을 잡는다. 항암주기는 보통 3주 주기로 잡는데 혈액검사 수치가 안 좋거나 하면 항암일정이 미뤄지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항암일정이 미뤄진 적은 없었다.  
의사 선생님과 항암일정을 잡은 후에는 접수데스크에서 진료시간 예약을 한다. 처음 외래로 항암을 하게 되었을 때에는 항암 시간을 언제로 해야 할 지 몰라서 간호사님께 물어보기도 하고 입원 중에 알게 된 암투병 선배님들께도 물어보기도 했다. 시간이 늦을수록 주사실 대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시간을 오전 일찍 잡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여성인 경우에는 오전보다 오후에 항암을 받는 것이 생존율이 높다고 한다. 여성은 골수생성이 오전에 되기 때문이라고. [1. 기사링크
 
그래서 나는 2차와 3차 항암 때에 진료시간을 최대한 늦게 오전 11시 반으로 예약했다. 오전 늦게 진료를 받고 12시쯤 항암주사실에 접수를 하고 대기하다가 대략 오후 2시경부터 항암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료 후 주사실로 이동하는 중간에 점심식사 및 약국에도 들러야 해서 시간이 빠듯했다. 다음에는 진료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오전 10시 정도로 일찍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외래항암 당일 준비해야 할 것들

외래 항암 날은 아침부터 거의 하루종일 병원에 있고, 항암주사를 맞는 동안에 침상에 머물러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식사와 간식, 필요한 생필품 등을 잘 챙겨가야 한다. 나는 점심은 중간에 이동하면서 사 먹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간단히 현미과자와 고구마를 간식으로 준비했다.  점심도시락을 직접 싸 온다면 서울성모병원은 먹을 곳이 사실 마땅치 않은 것 같다. 병원 층마다 있는 휴게실에서는 간단한 음료정도만 먹을 수 있고, 지하 1층 푸드코트에는 외부음식 반입이 안된다. 도시락을 입원실 침상에서 먹을 수는 있어서 나는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김밥으로 샀다. 통원 주사실 내에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정수기는 있지만 전자레인지 같은 탕비 시설은 없으므로 데워 먹는 종류는 안된다. 그리고 텀블러(보온병)를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항암주사를 맞는 동안은 링거를 꽂고 매번 정수기가 있는 곳으로 물을 마시러 나가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생수를 사서 가도 되겠지만 암환자에게는 차가운 생수보다는 텀블러에 따뜻한 온도로 물을 담아와서 마시는 것이 좋다.
화장실은 주사실 내부에도 충분히 있고, 외부에도 있어서  항암주사를 맞는 동안에도 항상 다녀올 수 있다.
이 외에도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당일 입원해 있는 동안 외투를 벗고 실내에서 입을 편안한 가디건을 준비하면 좋다. 그리고 주사 맞는 시간이 보통 4시간~ 6시간 걸리므로  휴대폰 충전기, 이어폰. 책 등 시간 보낼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자.
 

항암주사 시작 전 검사와 진료

항암 당일 오전 11시 30분으로 예약된 진료시간의 2시간 전인 오전 9시 30분에 병원에 미리 도착해서 1층에 있는 채혈실에서 혈액검사를 제일 먼저 한다. 심전도 검사와 x-ray 촬영도 해야 하지만 혈액검사 결과가 가장 오래 걸리기 때문에 병원에 오자마자 혈액검사를 먼저 해두는 것이 좋다. 

 

 
1층에서 혈액검사를 하고 2층 일반촬영실로 가서   x-ray 촬영을 한 다음 3층 기능검사실로 이동해서 심전도 검사를 한다. 진료시간 전까지 2시간이면 시간이 넉넉할 것 같지만 검사 접수를 하고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있고, x-ray촬영을 할 때는  탈의실에서 가운도 갈아입어야 해서 2시간이 생각보다 금세 지나간다.
 

항암 하는 날 식사 챙기기

나는 사전검사를 끝내고 진료실로 가기 전에 지하 1층에 들러서 점심으로 김밥을 사길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중요한 전화가 오는 바람에 긴 통화를 하다 점심을 살 시간이 없었다. 다음에는 좀 여유 있게 시간 계획을 짜야겠다. 이날은 통화 후 바로 진료실에 가서 진료를 본 뒤 바로 6층에 있는 통원 주사실에 가서 우선 접수를 했다. 보호자랑 함께 간다면 중간에 보호자가 식사를 사 오거나 챙겨주면 되겠지만 혼자서 다 하려니 매우 바빴다. 바쁘다고 해서 끼니를 대충 넘기거나 안 챙길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잘 먹고 체력이 든든히 받쳐주어야 항암도 잘 견딜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이날(3차 항암날)은 주사실에 접수를 한 뒤에 간호사님께 말씀드리고 지하 1층에 내려가서 김밥을 사 와서 침상에서 주사 맞으면서 점심을 먹었다.
 

원외 처방약 미리 받아오기 (약국 문 닫기 전에)

점심식사 말고도 꼭 챙겨야 하는 것이 처방약이다. 항암주사를 오후부터 맞게 되면 끝나는 시간도 늦어지는데 약국이 생각보다 일찍 문을 닫아서 처방약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2차 항암 때 그랬다. 다음날 병원 근처로 다시 와서 약을 받아와야 했다. 집 근처의 다른 약국에도 처방약이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병원처방약은 보통 그 병원 근처의 약국에서만 구할 수 있다. 보호자와 함께 왔다면 중간에 보호자가 수납 후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다녀오면 된다. 하지만 나처럼 보호자 없이 혼자 온 경우라면 주사실 접수하기 전에 약국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 그 시간도 계산해서 하루 일정을 짜야한다. 주사실에 접수를 한 이후에는 주사실 복도 내에 대기해야 해서 외부 약국에 다녀올 수가 없다. 더구나 주사를 꽂은 상태에서는 병원 바깥으로 나갈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약국에 다녀와야 하는 사정이 있다면 꼭 주사를 꽂기 전에 간호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늦지 않게 다녀와야 한다. 처방약으로는 항암부작용 방지약들로 구토방지제와 변비약, 진통제 등을 받았다.
 

나는 평소에 주로 솔약국을 이용하지만 그날은 더 빠를 줄 알고 수약국으로 갔는데 수약국에 사람들이 훨씬 많아서 대기시간이 훨씬 길었다.
 

 
주사실 접수는 늦어도 12시 10분쯤에는 하는 것이 좋다. 접수 마감이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 시간이 거의 가장 늦은 시간인 것 같았다. 간호사님은 늦어도 12시 안으로는 접수해야 한다고 안내를 받았던 것 같다.
 

항암주사 맞기

주사실에 접수하고 대기하다가 호명이 되면 먼저 주사를 꽂는다. 나는 1차 항암 때 케모포트(chemo port) 시술을 해서 케모포트에 주사 꽂았다. 케모포트 시술을 받지 않았다면 팔에 주사를 꽂는다. 나는 팔에 혈관이 잘 안 잡혀서 이전에 주사를 꽂을 때마다 고생을 했었다. 케모는 팔에 주사를 꽂는 것보다 편리하고, 혈관도 보호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케모포트 시술을 하면 시술한 쪽 어깨가 아프기도 하고 부작용이 있어서 실보다 득이 확실히 클 때 시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게는 케모시술을 한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케모에 주삿바늘을 꽂을 때에도 팔에 꽂을 때 만큼이나 꽤 아프다. 그래도 꽂는 순간에만 아프다는 것은 다행인 점이다.  

chemo port (wikimedia.org)

 
주사바늘을 꽂고 나면 수액과 부작용 방지제를 먼저 맞는다.  수액은 침상 배정을 받기 전에 대기하면서부터 맞는다. 수액을 맞으면서 잠시 더 대기하다 보면 침상배정이 되었다고 간호사님께서 알려주신다. 배정된 침상으로 이동해서 자리를 짐정리를 하고 수액을 계속 맞는다.  수액을 다 맞으면 항암주사를 시작한다.  
 

 
나는 파클릭탁셀을 먼저 3시간 정도 맞은 후, 카보플라틴을 1시간 30분 정도 맞았던 것 같다.
2차 항암 때는 오후3시경부터 항암을 시작해서 7시 40분경에 항암이 끝났고, 3차 항암때는 2시경부터 항암주사를 맞기 시작해서 6시 40분경에 끝났다.
 
 

 
보호자는 통원 주사실 침상에 왔다 갔다 할 수는 있지만 침상 옆에서 계속 상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통원 주사실 원무과 퇴근 전에 수납하기

오후에 주사를 맞으면 저녁 늦게 끝나기 때문에 수납을 하려면 원무과는 퇴근한 후이다. 그래서 응급실 수납으로 가서 임시 퇴원으로 수납을 한 후 나중에 정산을 또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럴 때는 원무과가 끝나기 전에 수납할 수 있도록  항암이 끝나는 시간쯤에 간호사님께 수납이 가능하도록 퇴원처리 부탁드려 놓으면 미리 수납할 수 있어서 편하다.
외래 항암 치료비는 본인부담금 기준으로 5만원(2024년 12월) 정도가 나왔다.
 
 

 

귀가 후 저녁식사와 항암 부작용 관리하기

수납을 마치고 나오면 저녁식사 시간이다. 항암을 한 날은 속이 좋지 않지만 위에 부담이 되지 않게 간단하게라도 식사는 꼭 해야 한다. 항암을 할 때에는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속이 안 좋다고 해서 식사를 거르는 건 안 좋다. 그렇다고 또 너무 많이 먹으면 위가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체할 수가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서 잘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항암주사를 맞고 첫째 날과 둘째 날까지는 별다른 부작용 증상이 없다가 보통 셋째 날부터 증상이 시작되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다행히 부작용 증상이 다른 분들의 경험담에 비춰볼 때 그리 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부작용 증상은 사람마다 달라서 첫날부터 바로 증상이 있는 분들도 있고, 증상이 심하거나 가벼운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파클리탁셀 같은 탁솔 계열의 항암제는 수분을 많이 빼앗기 때문에 변비가 오기 쉬우므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그리고 레몬수나 과채주스를 매일 마시면 해독이 빨리 되어 항암을 견디기 쉬워진다.
 
 

 

 
 


 

References

 
1. “여성 암 환자, 오후 항암치료가 효과 더 좋다” 기초과학연구원. Retrieved 10 Dec 2024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511/selectBoardArticle.do?nttId=22311&pageIndex=3&mno=sub04_02_02&searchCnd=&searchW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