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짱구는 못 말려:우리들의 공룡일기
(32기, 2024년)

지난 크리스마스이브날에는 아이들과 극장에서 짱구를 봤다. 와일드 로봇을 볼까도 생각했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 와일드 로봇을 상영하는 영화관이 없었다. 짱구를 보기에는 조금 우리 연령대가 높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짱구는 연령대랑은 상관없다는 의견도 있어서 그냥 짱구를 보기로 결정했다. 하긴 내가 입시 준비생이던 열아홉살때 잠시동안 같은 방을 쓰던 대학생 친척 언니도 짱구를 즐겨봤던 걸 생각하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의견이었다.
오키 짱구로 결정!

가까운 상영관을 찾아보니 CGV강남과 메가박스 강남, 그리고 롯데시네마 도곡이 있었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강남역 쪽으로 가면 사람이 많아서 미어터질 것 같았다.언젠가 크리스마스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왔다가 겨우 5분 거리를 도로에서 차가 막혀서 두어 시간이나 기다렸던 기억도 따올랐다. 그에 비하면 도곡 쪽은 좀 조용할 것 같아서 롯데 시네마 도곡으로 예매를 했다.

지하 매점에서 음료과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우리는 미리 티켓을 예매해 두었기 때문에 바로 5관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롯데시네마 도곡 내부가 예뻐서 사진을 좀 더 찍어서 포스팅을 하고 싶었지만 상영시간에 딱 맞춰서 가는 바람에 사진을 못 찍었다. 예상대로 관람객 대부분은 어린 아가들과 부모들이었다.

짱구 극장판은 어떤 공통적인 스토리라인이 있는 것 같다. 평범한 일상에서 신비롭고 이상한 모험이 시작되고 점점 더 거대한 모험으로 사태가 커지고 떡잎마을 방범대와 엄마 아빠와 또 주위의 많은 분들이 힘을 합쳐 사태를 해결하고 감동적인 엔딩을 맞는다. 이번 공룡일기도 (스포를 할수도 없고, 스토리가 다 기억나지도 않지만) 갱년기가 찾아온 어른의 관점에서는 대략 그런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짱구이야기가 늘 매력적인 건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세계관으로 바라본 이야기들이 나도 어릴 적 한 번쯤 그렇게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 같기도 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태평하게 마시멜로를 구워먹는 짱구를 보며 든 생각
나는 이번 영화에서 짱구가 마시멜로를 먹으며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공룡들을 피해서 도망다니던 급박한 상황 속에서 짱구는 태연히 마시멜로를 봉지째 들고 먹는다. 그러면서 (정확한 대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냥 지금 제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마시멜로하면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 이야기가 떠오른다. 마시멜로를 바로 먹지 않고 참은 아이는 더 많은 보상을 받고 훗날 삶의 성취도가 높았다고 하는 그 실험 말이다.
아마도 짱구는 보나 마나 마시멜로를 주면 바로 먹는 아이일 것이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돌아오시면 마시멜로가 더 있다는 걸 아니까 더 달라고 짱구다운 떼를 쓰고 온갖 능청스러운 애교도 부리지 않을까? 그래서 아마도 선생님이 못당하고 마지못해 마시멜로를 봉지째 넘겨주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떼를 쓰고 참을성이 부족한 것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자제력은 올바른 사회인으로 살아가려면 꼭 갖추어야 할 훌륭한 품성이다. 하지만 지금 누려야할 소소한 행복조차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너무 많이 미루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고 몸도 예전같지 않으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저 행복할 권리가 있다. 우리는 무한하게 사는 것도 아니고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잠깐 아주 작은 존재로 살다가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너무 많은 준비와 의무들에 파묻혀서 지금 내 삶의 작은 행복들을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짱구처럼 지금 이순간을 행복하게 살자.
그때 그때의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지 말자.

짱구 극장판을 볼 때마다 오열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짱구를 보면서 울 것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이전에 짱구를 보러 갔을 때도 마지막 즈음에 감동의 물결이 덮치면서 극장에 앉아서 울었었다. 사람들이 볼까 봐 창피해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바로바로 감춰가면서 울었었다.
이번에도? … 그럴것 같기도 했다. 짱구 스토리 라인상 엔딩즈음에 보나 마나 감동의 물결이 오고 나는 울게 되겠지. 그래 울면 어때. 하면서 영화를 보러 갔었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지만 나는 끝날 즈음까지 잘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나나를 보면서 그만 오열을 하고 말았다. 나나를 보면서 우리 날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사실 날라는 매 순간 옆에 있다. 요즘에는 점점 잘 찾아오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도 늘 “야~옹”하면서 뛰어 올라오거나 다리에 뺨을 스치고 간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아프면서도 내게 보여준 다정한 몸짓은 언제까지나 나를 위로해 줄 것이다.
언제까지나 고맙고 사랑한다. 우리 날라 ♡

저녁은 파스타
영화를 보고 저녁은 파스타를 먹었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각자의 스케줄이 있었는데,
그래도 이브날은 이렇게 함께 영화도 보고
올해도 행복하게 잘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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